“단어를 몇 개나 외워야 하나요?” 수능영어를 준비하는 학생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고, 가장 자주 감으로 답해지는 질문이다. 1,800개, 2,580개, 33일 완성 — 숫자는 많은데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대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세어 보기로 했다.
한눈에: 코그닉스랩이 2014~2025년 시행 평가원 영어 36회분(15만 5,898단어)을 전수 집계했다.
the·of·is같은 기능어(지문의 43.0%)를 이미 안다고 두었을 때, 빈도 상위 내용어 500개를 더 알면 지문의 70.3%, 1,000개면 79.4%, **3,895개면 95.0%**가 덮인다. 어휘 연구가 ‘최소 이해’ 수준으로 인용하는 95% 커버리지가 이 지점이다. 단, 커버리지는 읽히는 비율이지 점수가 아니다.
12년치 평가원 영어를 통째로 세면 무엇이 나오나
집계 대상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된 평가원 영어 시험 36회분(6월 모평·9월 모평·수능, 2015~2026학년도)이다. 교육청 학력평가는 넣지 않았다. 평가원이 실제로 어떤 단어를 쓰는가를 보려는 것이므로, 출제 기관이 다른 시험이 섞이면 표본이 흐려진다.
전체 단어 수는 155,898개. 여기서 서로 다른 단어를 표제어(lemma) 기준으로 세면 — use, used, using을 한 단어로 묶으면 — 8,782개가 나온다. 12년 동안 평가원이 쓴 어휘의 총량이 이 정도다.
그런데 이 8,782개가 고르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내용어 100개만 더 알아도 지문의 절반이다
내용어를 빈도순으로 줄 세운 뒤, 위에서부터 몇 개를 알면 지문의 몇 %가 덮이는지를 계산했다.
아래 표의 단어 수는 기능어를 제외하고 ‘추가로 알아야 할 내용어’의 개수다. 커버리지 계산에서는 the·of·is 같은 기능어를 이미 아는 단어로 포함했다. 즉 “내용어 100개 = 54.7%“는 기능어 전체(43.0%) + 빈도 상위 내용어 100개를 알 때의 값이다.
| 추가로 알아야 할 내용어 (표제어 기준) | 지문 커버리지 | 의미 |
|---|---|---|
| 0개 (기능어만) | 43.0% | 출발선 |
| 100개 | 54.7% | 내용어 100개로 절반 돌파 |
| 500개 | 70.3% | 열 단어 중 일곱 |
| 1,000개 | 79.4% | |
| 2,000개 | 88.2% | 시중 단어장이 흔히 멈추는 구간 |
| 3,000개 | 92.6% | |
| 3,895개 | 95.0% | 어휘 연구가 ‘최소 이해’로 인용하는 커버리지 |
| 5,891개 | 98.0% | ‘독립적 이해’ 수준으로 인용되는 커버리지 |
표를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다. 기능어를 안다는 전제에서 빈도 상위 내용어 100개를 더 알면 평가원 지문의 54.7%가 덮이고, 500개면 70.3%, 1,000개면 79.4%다. 그리고 어휘 연구에서 최소 수준으로 인용되는 95% 커버리지에 도달하는 지점이 내용어 3,895개다.
기능어를 이렇게 처리한 이유는 두 가지다. 기능어는 평가원 지문 단어의 **43.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지만 종류가 적고 중학교 수준에서 이미 익히므로, “앞으로 외울 단어”에 넣는 것이 무의미하다. 반대로 분모에서 빼 버려서도 안 된다. 학술 문헌의 95%·98% 기준이 기능어를 포함한 전체 단어를 분모로 삼기 때문에, 같은 자를 써야 비교가 성립한다.
집계 방법
- 대상 — 2014~2025년 시행 평가원 영어 문제지 36회분(6월·9월 모평·수능). 교육청 학력평가는 제외.
- 범위 — 문제지에 인쇄된 영어 전체(독해 지문·영어 선지 포함). 듣기 대본은 문제지에 실리지 않으므로 애초에 포함되지 않는다. 듣기 영역(1~17번)에서 나오는 영어는 일부 문항의 영어 선지뿐이며, 전체 영어 단어의 **6.3%**다. 한국어 발문은 집계 대상이 아니다.
- 전처리 — 알파벳 2자 이상만 추출, 숫자가 섞인 토큰과 축약형 잔재(
don·ll·ve등)는 제외.- 단위 — 표제어(lemma).
use·used·using을 한 단어로 센다. 변환은 simplemma를 쓰고, 불규칙 변화형(went→go등)은 별도 사전으로 보정했다.- 기능어 분류 — NLTK 영어 불용어 표준 목록(179개)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체 목록을 쓰면 무엇을 기능어로 셌는지 재현할 수 없다.
- 참고 — 불용어 목록을 바꿔도 95% 도달 지점은 3,888~3,895 사이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핵심 개념
- 커버리지(lexical coverage) — 지문에 등장하는 전체 단어 중 학습자가 아는 단어가 차지하는 비율. ‘이해도’가 아니라 ‘아는 단어의 비율’이다.
- 표제어(lemma) — 굴절형을 원형으로 묶은 단위. use·used·using을 한 단어로 센다.
- 기능어 — the·of·is처럼 문법 기능을 하는 단어. 평가원 지문의 43.0%를 차지하며, 종류는 적고 빈도는 압도적이다.
- 95%·98% 문턱 — 어휘 연구에서 각각 ‘도움을 받으면 이해 가능한 최소 수준’과 ‘혼자 읽어도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인용되는 커버리지 지점.
왜 이렇게 적은 단어가 절반을 덮는가 — 어휘 빈도는 한쪽으로 쏠린다
이런 쏠림은 평가원이 의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언어의 단어 빈도 자체가 소수의 단어에 몰리는 형태로 분포한다. 상위권 단어는 빈도가 폭발적으로 높고, 순위가 내려갈수록 빈도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평가원 영어에서도 그 법칙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학습 전략상 결정적인 결론이 나온다. 단어 한 개를 외워서 얻는 이득이 뒤로 갈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앞의 표를 이득 기준으로 다시 읽어 보자.
- 처음 500단어 → 커버리지 70.3% 확보
- 다음 500단어(501~1,000) → +9.1%p
- 다음 1,000단어(1,001~2,000) → +8.8%p
- 다음 1,000단어(2,001~3,000) → +4.4%p
첫 500개가 벌어들이는 70%를, 그 뒤로는 1,000개를 통째로 외워도 따라잡지 못한다. 빈도라는 근거 없이 단어장에 편집된 순서대로 외우는 방식이 유독 잘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장 이득이 큰 구간을 밟기도 전에 지쳐서 놓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분포는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학생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평가원이 12년간 쓴 내용어가 8,782개라는 사실은 압도적으로 들리지만, 그중 500개만 제대로 잡아도 지문의 70%가 열린다. 8,782가 아니라 500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3,900개를 외우면 1등급인가 — 아니다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이 뒤집힌다. 커버리지는 읽히는 비율이지 점수가 아니다.
코그닉스랩이 평가원 영어의 오답 함정을 유형별로 코딩했을 때, 단어 뜻 자체를 몰라서 틀리도록 설계된 함정은 0.5%뿐이었다. 가장 많은 함정은 패러프레이즈(재진술) — 지문의 내용을 다른 말로 바꿔 놓고, 그것이 같은 뜻인지 다른 뜻인지 묻는 방식이다. 빈칸·순서·삽입 같은 고난도 문항만 따로 보면 패러프레이즈 함정의 비중은 **46.7%**까지 올라간다. (수능영어 2등급, 왜 1등급이 안 될까에서 이 데이터를 자세히 다뤘다.)
즉 어휘와 등급은 이런 관계다.
| 어휘 | 등급 | |
|---|---|---|
| 역할 | 지문을 여는 입장권 | 지문을 읽어내는 힘 |
| 부족하면 | 문장이 해독되지 않음 | 해석은 되는데 답이 안 골라짐 |
| 데이터 | 단어 뜻 함정 0.5% | 패러프레이즈 함정 최대 46.7% |
단어를 3,900개 외운 학생은 지문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어는 다 아는데 79점에서 멈춘다”는 학생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다. 입장권을 샀다고 경기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어휘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휘 학습의 목표는 “단어장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문이 읽히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최단거리로 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 지점을 넘으면, 시간은 단어가 아니라 재진술과 논리에 쓰여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외울 것인가
어휘 학습 3원칙
- 빈도 상위부터 계단으로 — 500 → 1,000 → 2,000. 편집 순서가 아니라 이득이 큰 구간부터 밟는다.
- 보지 말고 떠올려라 — 영어와 한국어 뜻을 반복해 읽기만 하는 방식은 익숙함은 높이지만, 스스로 뜻을 꺼내 보는 인출(retrieval) 연습보다 장기 기억에 덜 남는 것으로 보고된다. 빈칸을 채우거나 문맥에서 판단하게 만들어, 기억에서 꺼내는 행위를 시켜야 한다.
- 한 단어를 여러 문장에서 — 단어 하나에 예문 하나로는 문맥이 붙지 않는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지문에서 다시 만나야 뜻이 아니라 쓰임이 남는다.
세 원칙의 공통점은 하나다. 단어를 ‘외우는 대상’이 아니라 ‘푸는 대상’으로 바꾸는 것. 인출 연습이 반복해 읽는 학습보다 더 많이 남긴다는 것은 학습과학에서 반복해 관찰된 결과다(Karpicke & Blunt, 2011). 왜 눈으로 읽는 암기가 유독 안 남는지,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지는 다음 연구 노트에서 따로 다룬다.
결론 — 수능영어 어휘, 몇 개인가 평가원 영어 36회분을 전수 집계하면, 기능어를 안다는 전제에서 빈도 상위 내용어 500개가 지문의 70.3%, 1,000개가 79.4%, 3,895개가 95%를 덮는다. 내용어 100개만으로 이미 절반(54.7%)이다. 따라서 단어는 빈도 상위부터 잡아야 하고, 8,782개가 아니라 500개부터 시작하면 된다. 다만 커버리지는 읽히는 비율일 뿐, 등급을 가르는 것은 그다음의 재진술·논리 읽기다.
자주 묻는 질문
수능영어 단어는 몇 개나 외워야 하나요?
코그닉스랩이 2014~2025년 시행 평가원 영어 36회분을 전수 집계한 결과, 기능어(the·of·is 등)를 안다고 보았을 때 빈도 상위 내용어 3,895개(표제어 기준)를 더 알면 지문의 95%가 덮였습니다. 어휘 연구에서 95%는 ‘도움을 받으면 이해가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인용되는 커버리지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읽히는 비율’이지 ‘점수’가 아닙니다. 단어는 지문을 여는 입장권이고, 등급을 가르는 것은 그다음의 재진술·논리 읽기입니다.
500단어만 알아도 70%가 읽힌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지문에 등장하는 단어 열 개 중 일곱 개가 아는 단어라는 뜻이지, 지문의 70%를 이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커버리지는 ‘아는 단어의 비율’이고 이해도는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코그닉스랩 집계에서 평가원 독해 문항의 지문은 평균 159단어인데, 커버리지 70%라면 지문 한 편에 모르는 단어가 약 48개 남습니다. 95%에서도 약 8개, 98%라야 약 3개입니다. 상위 500개는 ‘끝이 보인다’는 출발점이지 완주선이 아닙니다.
단어를 3,900개 외우면 1등급이 되나요?
아닙니다. 코그닉스랩이 평가원 영어의 오답 함정을 코딩했을 때, 단어 뜻 자체를 몰라서 틀리도록 설계된 함정은 0.5%에 불과했고 가장 많은 함정은 ‘패러프레이즈(재진술)‘였습니다. 고난도 문항만 보면 패러프레이즈 함정이 46.7%까지 올라갑니다. 어휘는 지문을 여는 입장권이고, 등급을 가르는 것은 같은 뜻을 다른 말로 바꿔 놓은 문장을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시중 단어장 2,000단어면 충분한가요?
코그닉스랩 집계에서 빈도 상위 2,000단어는 평가원 지문의 88.2%, 2,500단어는 90.7%를 덮었습니다. 어휘 연구가 최소 문턱으로 보는 95%에는 아직 못 미치는 구간입니다. 다만 시중 단어장의 수록어 수와 본 집계의 표제어 수는 세는 단위가 달라 1:1로 비교할 수는 없으므로, 정확한 개수보다는 ‘2,000단어대에서 멈추면 마지막 구간이 남는다’는 경향으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어떤 단어부터 외워야 하나요?
빈도가 높은 단어부터입니다. 평가원 영어의 어휘 분포는 극단적으로 쏠려 있어서, 기능어를 뺀 내용어 기준으로 상위 100개가 이미 지문의 54.7%를 덮습니다. 반대로 뒤로 갈수록 한 단어를 외워서 얻는 이득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빈도라는 근거 없이 단어장에 편집된 순서대로 넘기는 것보다, 빈도 상위 500 → 1,000 → 2,000 순으로 계단을 밟는 편이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지문을 엽니다.
단어를 어떻게 외워야 오래 가나요?
영어와 한국어 뜻을 반복해 읽기만 하는 방식은 익숙함은 높이지만, 스스로 뜻을 꺼내 보는 인출 연습보다 장기 기억에 덜 남는 것으로 보고됩니다(Karpicke & Blunt, 2011). 단어를 ‘보는’ 대신 ‘떠올리게’ 만들어야 하고(빈칸 채우기·문맥 판단처럼), 한 번에 몰아서가 아니라 간격을 두고 다시 만나야 합니다. 또한 같은 단어를 여러 다른 문장에서 반복해 만나야 문맥까지 붙습니다. 이 주제는 다음 연구 노트에서 따로 다룹니다.
출처 및 더 읽기
이 글의 커버리지 수치는 코그닉스랩 영어연구소가 2014~2025년에 시행된 평가원 영어 기출(6월·9월 모평·수능) 36회분, 총 155,898단어를 전수 추출해 표제어(lemma) 단위로 집계한 자체 분석 결과다(집계 방법은 본문 「집계 방법」 참조). 커버리지는 기능어를 포함한 전체 단어를 분모로 계산했고, 표에 제시한 단어 수는 기능어를 제외한 내용어 표제어의 개수다.
한계도 함께 밝힌다. 본 집계의 단위는 표제어(lemma)이고, 아래 학술 문헌이 쓰는 단위는 어족(word family, 파생어까지 한 묶음)이라 단어 ‘개수’를 1:1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커버리지 비율(95%·98%)은 동일하게 전체 단어 대비로 계산했다. 또한 95%·98%라는 수준 자체가 고정된 인지적 임계점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어휘 연구는 대체로 95~98% 범위를 제시하되 장르·학습자·이해도 측정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며, 널리 인용되는 98% 기준(Hu & Nation, 2000)은 2023년 재현 연구에서 원 결과가 그대로 재현되지 않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글의 수치는 ‘몇 개를 외우면 합격’이라는 컷이 아니라, 어디까지 가면 지문이 열리기 시작하는지를 보는 지표로 읽어야 한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 · EBSi 기출문제 — 평가원 기출 원문 및 출제 방향
- Hu, M., & Nation, P. (2000). Unknown vocabulary density and reading comprehension. Reading in a Foreign Language. — 98% 커버리지 기준의 원 출처
- Kremmel, B., et al. (2023). Unknown Vocabulary Density and Reading Comprehension: Replicating Hu and Nation (2000). Language Learning. — 위 98% 기준의 재현 연구(원 결과 완전 재현되지 않음)
- Nation, I.S.P. (2006). How large a vocabulary is needed for reading and listening? Canadian Modern Language Review. — 일반 텍스트에서 95%·98% 커버리지에 필요한 어족 규모
- Karpicke, J. D., & Blunt, J. R. (2011). Retrieval practice produces more learning than elaborative studying with concept mapping. Science, 331(6018), 772–775. — 인출 연습이 반복 학습보다 더 많이 남긴다는 근거
- 코그닉스랩 연구 프리프린트(EdArXiv 공개 등재) — 수능 영어 오답(distractor)을 유형별로 분류·분석한 학술 문헌(동료심사 전 공개 프리프린트)
- 함께 읽기: 수능영어 2등급, 왜 1등급이 안 될까 · 수능영어 30번 어휘 공부법 · 중학교 영어는 100점인데 왜 수능 영어는 무너질까
다음 연구 노트에서는 왜 단어장을 세 번 봐도 안 외워지는가를 다룬다. 눈으로 읽는 암기가 유독 남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곧 대안을 알려 준다. 한편 단어를 다 외웠는데도 점수가 멈춰 있다면, 문제는 어휘가 아니라 재진술과 논리다 — 평가원의 그 함정을 변형 문제로 훈련하려면 「79점, 그다음」 구매하기 — 교보·예스24·알라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글은 코그닉스랩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수능영어 단어 몇 개나 외워야 할까 — 평가원 12년치에서 95% 커버리지는 3,895개였다 — 코그닉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