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밥은 합성어, 덧신은 파생어.’ 여기까지는 다들 외운다. 그런데 시험지에는 덮밥도 덧신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 보는 단어가 〈보기〉에 등장하고, 그 단어를 어근과 접사로 쪼개 형성 방식을 판별하라고 요구한다. 외운 목록에 없는 단어 앞에서 손이 멈췄다면, 그건 개념을 몰라서가 아니다. 분석을 연습하지 않아서다.
한눈에: 형태론(단어)은 평가원 문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영역이다. 2014~2025년 평가원 문법 180문항 중 57문항(31.7%)으로 1위, 시험당 평균 1.6문항꼴이다. 그리고 형태론은 ‘적용’ 쏠림이 유난히 강하다(77.2%, 음운론에 이어 2위) — 57문항의 77.2%가 처음 보는 단어에 규칙을 대입하게 했다(문법 전체 평균 61.7%). 함정은 조건 누락(21.1%)이 1위, 유사어 혼동과 개념 혼동(각 14.0%)이 그 뒤를 잇는다.
이 글은 수능 국어 문법 공부법(개론)의 첫 번째 세부 연구 노트다. 개론에서 “문법은 암기가 아니라 적용 훈련”이라는 큰 그림을 봤다면, 여기서는 그 명제가 극단적으로 성립하는 영역 — 형태론을 파고든다.
형태론이 가장 많이 출제된다 — 표본의 31.7%
형태론은 단어를 다루는 문법이다.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파생·합성), 단어는 어떤 갈래로 나뉘는가(품사), 용언은 어떻게 모양을 바꾸는가(활용), 조사와 어미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평가원 문법 180문항을 다섯 영역으로 나누면 형태론이 57문항(31.7%)으로 1위다. 2위인 의미·담화(18.9%)와의 격차가 12.8%포인트로, 사실상 문법 세 문항 중 하나는 단어 문제다. 12년 동안 형태론이 빠진 해는 없었다.
| 형태론 문항의 사고 유형 | 문항 수 | 비중 |
|---|---|---|
| 적용 — 처음 보는 단어에 규칙 대입 | 44 | 77.2% |
| 정보 결합 — 지문·〈보기〉·사전 정보 엮기 | 7 | 12.3% |
| 정보 확인 | 4 | 7.0% |
| 추론 | 2 | 3.5% |
주목할 것은 적용 77.2%라는 숫자다. 문법 전체의 적용 비율이 61.7%인데, 형태론은 그보다 15.5%포인트 더 높다. 음운론(79.3%)과 함께 “외운 것을 그대로 묻는” 문항이 가장 적은 두 영역에 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 단어는 무한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음운 변동의 종류는 유한하지만, 〈보기〉에 넣을 수 있는 단어는 사전 한 권 분량이다. 평가원은 매번 새 단어를 데려온다.
함정 1위: 조건 누락 (21.1%)
형태론 규칙에는 거의 예외 없이 성립 조건이 붙는다. 함정 선지는 그 조건을 슬쩍 빼고 규칙을 넓게 적용한다.
품사 통용이 대표 소재다. ‘크다’는 두 품사로 쓰인다. “키가 크다”에서는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 “나무가 잘 큰다”에서는 자란다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다. 구별 조건은 활용 형태에 있다 — 현재 시제 평서형 ‘-ㄴ다/-는다’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면 동사다. “나무가 잘 큰다”는 자연스럽지만, 형용사 용법에 같은 어미를 붙인 ‘*키가 큰다’는 어색하다. 함정 선지는 이 판별 조건을 건너뛰고 “‘크다’는 형용사다”라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동사 용법의 예문에 형용사 설명을 붙인다.
조건 누락은 형태론 함정의 21.1%로 1위인데, 이건 형태론만의 사정이 아니다 — 개론에서 봤듯 조건 누락은 다섯 영역 전부에서 상위 함정이다. 다만 형태론에서는 ‘판별 조건’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품사·형성 방식·활용 유형 모두 “무엇이면 A, 무엇이면 B”라는 판별식이 있고, 함정은 그 판별식의 ‘무엇이면’을 지운다.
함정 2위: 유사어 혼동 (14.0%) — 같은 형태, 다른 정체
형태론에는 형태가 같은데 정체가 다른 짝이 유난히 많다. 함정 선지는 그 짝을 바꿔치기한다.
‘웃음’의 두 얼굴이 교과서적 사례다.
- “밝은 웃음이 번졌다” —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명사. 접미사 ‘-음’이 붙어 새 단어가 만들어진 파생 명사다.
- “그가 환하게 웃음으로써 분위기가 풀렸다” — 부사어의 수식을 받고, ‘웃다’라는 서술 기능이 살아 있는 동사의 명사형. 여기서 ‘-음’은 접미사가 아니라 명사형 어미다.
같은 ‘-음’인데 하나는 단어를 만드는 접사이고 하나는 활용 어미다. 판별 기준은 무엇의 수식을 받는지, 서술성이 남아 있는지이다. 함정 선지는 형태만 보여주고 정체를 바꿔 단다.
함정 3위: 개념 혼동 (14.0%) — 어간과 어근
형태론 개념어는 서로 닮았다. 어간과 어근, 접사와 어미, 합성과 파생. 함정 선지는 닮은 개념의 이름표를 바꿔 붙인다.
어간 vs 어근이 최다 빈출 짝이다. ‘치솟다’로 보자.
- 어간은 ‘치솟-’ —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 어미(‘-다, -고, -아’)를 뗀 나머지 전부다.
- 어근은 ‘솟-’ — 단어의 실질적 의미를 담은 중심. 접두사 ‘치-’를 뗀 부분이다.
어간은 활용(어미 결합)을 설명하는 개념이고, 어근은 단어 형성(접사 결합)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자르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접두 파생어에서는 어간과 어근이 어긋난다(‘치솟다’의 어간 치솟- ≠ 어근 솟-). 함정 선지는 “‘치솟다’의 어근은 ‘치솟-’이다”처럼 두 개념을 맞바꾼다. 개념의 정의를 외웠어도, 이 단어에서 둘이 갈라지는가를 확인하는 습관이 없으면 그대로 걸린다.
숨은 유형: 사전 문항 (정보 결합 12.3%)
형태론에는 다른 영역에 드문 유형이 하나 있다 — 사전 활용 문항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정보(품사, 문형, 활용형, 파생어)를 주고 여러 정보를 엮어 판단하게 한다. 사고 유형으로는 ‘정보 결합’(12.3%)으로 잡히는 문항들이다. 사전 기호를 처음 보면 당황하기 쉬우니, 기출에 나온 사전 발췌 형식(【】 문형 표시, 「」 뜻풀이 번호, 활용 정보)을 미리 눈에 익혀 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형태론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공부법은 세 단계다.
- 판별 조건을 문장으로 정리한다. ‘파생어’의 정의가 아니라 “접사가 붙었으면 파생, 어근끼리 결합했으면 합성”이라는 판별식을, ‘동사/형용사’는 “현재 시제 평서형 ‘-ㄴ다/-는다’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가”라는 판별식을 적어 둔다. 형태론 함정의 1위(조건 누락 21.1%)가 정확히 이 판별식을 지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낯선 단어로 분석 연습을 한다. 개념서의 예시 단어는 이미 답을 외웠을 가능성이 높다. 기출 〈보기〉의 단어, 오늘 본 아무 단어나 골라 어근·접사·어간·어미로 쪼개 본다. 문항의 77.2%가 이 능력을 묻는다.
- 닮은 개념을 짝으로 묶어 차이 하나를 적는다. 어간/어근(“자르는 기준이 다르다”), 접사/어미(“단어를 만드나, 문법 기능을 더하나”), 파생 명사/명사형(“관형어 수식인가, 부사어 수식인가”). 함정 2·3위(유사어·개념 혼동, 합 28.0%)가 전부 이 짝들에서 나온다.
「수능특강, 그다음」의 문법 변형 문항도 같은 원리로 설계돼 있다 — 개념을 묻는 대신, 판별 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를 스스로 골라내게 한다. 형태론처럼 적용 쏠림이 강한 영역일수록 이런 훈련의 효율이 높다. 책 소개 보기
자주 묻는 질문
파생어와 합성어를 구분하는 가장 빠른 기준은 무엇인가요?
직접 구성 요소로 잘랐을 때 접사가 결합했으면 파생어, 어근끼리 결합했으면 합성어입니다. 다만 ‘해돋이’처럼 자르는 방식에 따라 견해가 갈리는 단어도 있습니다. ‘해+[돋이]’로 자르면 합성어, ‘[해돋-]+-이’로 자르면 파생어가 되는데, 국립국어원은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전제하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의 직접 성분 분석(‘해-돋이’)에 따라 합성어로 처리한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시험에서는 정의 암기가 아니라 〈보기〉나 제시된 사전 정보가 어떤 분석 기준을 주는지를 우선해야 합니다 — 이 글 전체의 결론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어근과 어간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어근은 단어를 만들 때 중심 의미를 담당하는 부분이고, 어간은 용언이 활용할 때 어미 앞에서 유지되는 부분입니다. 자르는 기준이 달라서, 접사가 붙은 용언에서는 두 범위가 어긋납니다. ‘치솟다’의 어근은 ‘솟-’, 어간은 ‘치솟-’입니다. 접사가 없는 ‘솟다’에서는 어근과 어간이 ‘솟-’으로 일치하고요. “이 단어에서 둘이 갈라지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함정을 막습니다.
불규칙 활용은 형태론에서 어떻게 나오나요?
형태가 같은 용언이라도 의미에 따라 서로 다른 단어로 처리되고, 활용 방식이 달라지는 사례가 반복 출제됩니다. ‘묻다’가 대표적입니다 — ‘질문하다’의 뜻이면 ‘물어, 물으니’로 어간이 바뀌는 ㄷ 불규칙이고, ‘땅에 묻다’의 뜻이면 ‘묻어, 묻으니’로 규칙 활용입니다. 형태가 같아도 단어(의미)에 따라 활용이 갈리므로, “이 어간은 불규칙”이라고 형태만으로 일반화하면 함정에 걸립니다.
조사와 어미의 이형태도 형태론 소재인가요?
네, 꾸준히 나옵니다. 주격 조사 ‘이/가’는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면 ‘이’, 모음으로 끝나면 ‘가’로 나타나는 음운론적 이형태입니다. 목적격 ‘을/를’, 보조사 ‘은/는’도 같은 원리입니다. 문항은 대개 “어떤 조건에서 어떤 형태가 선택되는가”를 〈보기〉의 새 사례로 확인하게 하므로, 여기서도 결국 조건이 핵심입니다.
출처 및 더 읽기
코그닉스랩 국어연구소 분석. 본문 수치는 2014~2025년 시행 평가원 국어(6월·9월 모의평가·수능)의 문법(언어) 영역 180문항 중 형태론으로 분류된 57문항을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교육청 학력평가 제외). 문항 선별·영역 분류·집계 방법은 개론 글의 ‘집계 방법’에 공개돼 있으며, 함정 유형은 원래 코딩값 그대로 집계했습니다. 본문의 문법 예시는 평가원 문항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함정의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표준 규칙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사고 유형·함정 유형은 코그닉스랩 자체 분류 기준에 따른 연구용 지표로, 공식 통계가 아닙니다.
- 수능 국어 문법 공부법 — 개념을 외우는 게 아니라 적용하는 훈련이다 — 이 시리즈의 개론
- 수능 문법 음운 변동 공부법 — 종류는 다 외웠는데 왜 적용에서 틀릴까 — 시리즈 2편
-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re.kr) — 국어 영역 기출 문항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품사·활용·단어 형성 정보의 근거
이 글은 코그닉스랩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수능 문법 형태론 공부법 — 파생어·합성어를 다 외웠는데 왜 틀릴까 — 코그닉스랩